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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료취약지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의 호소

메디칼타임즈=목포한국병원 응급의료센터 김재혁 센터장 목포한국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김재혁 센터장오래전 전공의 때 일이다. 같이 근무하던 인턴 선생님들이 전공의 시험을 위해 모두 병원에 없던 상태였다. 보통 인턴선생님들은 동맥혈 검사, 심전도 검사 등 비교적 간단한 술기와 검사를 시행하는 역할을 하였다.간단하다고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간혹 술기 중에 식은땀이 날 만큼 힘들기도 하다. 이날은 인턴선생님들의 부재로 응급실에는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의사들만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중증 환자들이 많았다.나는 응급환자들의 진료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위해 최대한 몸놀림을 빠르게 했다. 물론 환자를 진료하는 일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처방을 먼저 입력해야만 수액이나, 진통제 주사라도 투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들어오는 환자들을 빠르게 초진 하는 것이 응급실에서는 중요한 일이다.계속 실려오는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땀은 비 오듯이 흐르고,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50대 남성이 가슴을 움켜쥐고,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들것에 실려왔다. 나는 바로 심전도 검사 장비를 가지고 환자에게 다가가서 "가슴이 아프세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라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환자는 아프다는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심전도를 체크하기위해 협조가 잘 안되는 환자의 상의를 힘겹게 젖히고, 심전도를 붙여야 하는데, 여전히 환자가 몸부림을 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머릿속에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여기 CPR 이요~" 라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패혈성 쇼크가 의심되어 검사 진행중이던 다른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다.앞의 환자는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되는데 협조가 잘 안되어 검사는 지연되고 있고, 뒷편의 환자는 당장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옆에 있던 응급구조사에게 "미안하지만 여기 심전도 좀 찍어줘요~" 급하게 소리 친 후,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 뛰어갔다. 기관 삽관을 시행하고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일단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환자가 눈앞에서 사망하는 것은 가족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진료하는 의사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얼마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던 중, 심전도 검사를 시행한 응급구조사가 결과지를 들고 옆에 와서 보여주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흘깃 쳐다보아도 심전도상 명확하게 급성심근경색 소견이 보였다.심장마사지를 하다 잠시 교대를 하고, 심장내과에 전화로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있음을 알린 후,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전공의로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나 스스로는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나라의 현행법상 의사와 임상병리사 외에는 심전도를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응급실은 바쁘다. 대형병원의 커다란 응급실에는 많은 환자, 의료진들로 북적거린다. 앉아서 진료를 받기도 하고, 복도에 누워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들어갈 곳 조차 없는 경우도 있어 병원 밖에서 대기해야하는 환자들도 종종 발생한다. 그것도 생사가 오가는 환자들로 가득 찬 상태로 말이다.응급실이 분주한 것은 비단 대형병원만의 일이 아니다. 응급실이라고 하는 곳은 작은 병원이라고 마음이 편안할 수 없는 공간이다. 설령 환자 수가 적다 하더라도 중증 환자가 어느 순간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경우에 따라 내원하여 안정적으로 진료받던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 한명이라도 위중한 환자가 발생한다면, 응급실의 모든 의료진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최대한의 집단적 집중력과 팀웍을 발휘해야 한다. 환자가 나빠질 수 있는 여러가지 원인을 다시 검토하고, 모든 가용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력, 장비, 시설 등 그 어떠한 것이라도 환자를 살리기위해서는 충분히 활용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면, 의료진은 기도 확보를 하고, 산소를 투여하며, 혈관 확보를 해야하며, 동시에 흉부 X-ray, 심전도, 혈액 채혈 등 긴급한 검사들을 시행한다. 이는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과정이 늦어질수록 환자는 위험할 수 있기에, 최대한 신속하게 시행하는 것이 응급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렇게 신속한 처치를 위해서는 능숙하면서도 많은 인력의 협조가 필수적이다.이러한 관점에서 응급의료를 바라본다면, 응급 상황에서의 의료종사자들의 각 직역 간의 법적인 경계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다. 과연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행위를 시행하는 주체를 어떠한 자격으로 구분 짓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환자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시점에서 말이다.조금 극단적인 비교를 해 본다면 심폐소생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폐소생술은 엄연히 의료행위이다. 그것도 갈비뼈 골절, 장기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의료행위이다. 그러나, 만약에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사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할 수 없다면 어떨까? 병원 밖에서 발생하는 심정지 환자는 모두가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망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심폐소생술과 같은 처치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는 물론이고, 의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조차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의료에서 전문성은 당연히 중요하다. 자칫 서투른 지식과 술기는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침습적인 처치를 시행하는 부분에서는 더욱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심전도와 같은 비교적 검사가 어렵지않고, 최종적으로 의사가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검사 수행의 주체를 직역의 경계선으로 나누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규정들은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지방 병원 응급실에서는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만약 전공의 때, 심전도를 누군가 대신 찍어주지 않았다면 그 흉통 환자는 어찌되었을까? 별로 생각하고 싶지않은 상황이다.의료는 매우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력해야만 적절한 치료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의료시스템의 최종적인 목표는 환자의 생명이다. 그렇기에 법과 제도는 모든 의료의 전문 직역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오로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2023-04-07 10:17:57오피니언
인터뷰

[이슈인터뷰]사명감으로 버틴 흉부 교수 "적반하장 정책"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취약지, 기피과 의사들에게 물었다 "의대증원·공공의대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의료취약지 및 기피과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취약지에서 기피과로 일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①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②홍천 아름다운병원 정후연 원장 ③칠곡경북대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김여향 교수 ④제주대병원 흉부외과 이석재 교수 "정부가 할 일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입니다. 그걸 하지 않으면서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것은 종기를 치료하지 않고 밴드만 붙여 원인을 보이지 않게 하는 정책에 불과합니다." 제주대병원 흉부외과에서 11년째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이석재 교수(서울의대 89년졸)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서 '적반하장'격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유가 뭘까. 제주대병원 흉부외과 이석재 교수는 가족과 떨어져 11년째 제주도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지역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4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석재 제주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사진)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선 의사 수 확대가 아닌 정부지원 여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부터 제주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서울의대를 나와 충북대 교수를 거쳐 미국 장기연수를 통해 심장 이식과 심실보조 공부를 하고 온 소위 잘나가는 '칼잡이' 의사였다. 그러던 중 '제주도에 심장수술 할 사람이 없다'는 후배의 전화 한 통에 당시 새로 이전한 제주대병원으로 내려오게 됐다. 이석재 교수는 가족과 떨어져 11년째 제주도 환자를 돌보는 생활을 두고서 '사명감'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족 모두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혼자 제주도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곳에 올 때만 해도 환자들이 위험하게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지 않고 제주도에서 수술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2009년 심혈관센터를 제주대병원이 유치하면서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 기대하고 내려왔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현재, 이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심장수술을 1년에 10례를 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서울 대형병원 근무 시절 폐와 심장수술을 합해 최대 360례를 했던 그였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환자들이 급격하게 줄었다. 이 교수는 "심장수술이 주 전공인데 한 달에 한 케이스도 없을 때도 있다. 폐와 혈관수술도 하지만 여기에 온 이유가 있기에 솔직히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상황이다. 의료전달체계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허탈함을 토로했다. 즉 제대로 된 공공의료 확충 방안은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사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두고서 농양(종기)의 치료원칙을 말하며 '기본'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학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 농양의 치료원칙이다. 배농 후 항생제를 쓰고 새살이 차게 해줘야 한다"며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사를 늘리는 것은 치료원칙을 무시하고 농양에 밴드를 붙여 보이지 않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농양을 치료하지 않고 밴드만 붙이면 같이 썩기 마련이다. 결국 심해지면 절단이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 정책이 이와 같다. 새살이 자라 나오게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겉으로 덮기만 하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이석재 교수는 제주대병원서 근무하며 틈틈이 제주공항에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의료봉사도 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필수의료 해법? 투자부터 해라" 최근 몇 달 동안 이 교수는 심장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와도 할 수 없었다. 심장수술에 있어 핵심적인 기기인 체온조절기가 고장이 났기 때문인데, 서울에 초대형병원처럼 마땅한 예비 장비도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하며 이 교수는 필수의료의 해법이 의사 수 확대 보다 적극적인 정부 투자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적어도 지방 국립대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에는 적어도 의료기기 구입이나 유지, 예비 장비를 걱정 없이 구축해놔야 할 것이 아닌가"라며 "정부는 공공의료라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정부는 공공병원을 만들어 놓고 운영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운영하란 방식"이라며 "결국 운영은 어렵고 이로 인해 장비 구입조차 못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공적지원이 안된 상태에서 의사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현재와 같은 의사 수 확대가 아닌 공적지원 확대로 정부 정책 방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41개 의과대학의 교육 목표를 보면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교육받고 나온다"며 "정부가 공공의료를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제대로만 한다면 의사들은 언제든지 나설 수 있다. 그 지원조차 하지 않으면서 의사만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 정책이 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0-09-04 05:45:58병·의원
인터뷰

[이슈인터뷰]18년째 칠곡 소아중환자 지킨 의사의 당부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취약지, 기피과 의사들에게 물었다 "의대증원·공공의대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의료취약지 및 기피과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취약지에서 기피과로 일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①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②홍천 아름다운병원 정후연 원장 ③칠곡경북대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김여향 교수 "공공의대 신설할 예산으로 소아중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시너지가 배가될 수 있다. 특히 소아중환 분야는 의사 1명만 양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여향 교수 칠곡경북대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김여향 교수(경북의대 96년졸)는 2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의료현장을 지키는 입장에서 정부의 의대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정책은 괴리감이 있다고 했다.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에 투입할 예산을 현재 소아중환자 의료시스템 구축에 쏟는다면 단순히 의사 1명을 양성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있다는 게 그의 설명.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어린이병원 시범사업 중 '소아중증 재택의료'는 의료진이 소아환자의 집으로 방문해 치료를 이어가는 제도. 성인의 경우 요양병원에 입원하지만 보호자를 필요로 하는 소아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해 추진한 시범사업이다. 소아환자도 환자보호자도 만족하는 제도이지만, 간호사 등 인건비에 대한 대책이 없다보니 이를 추진하는 병원 입장에선 활성화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여향 교수는 "시범수가에 인건비가 제대로 담겼으면 더 활성화 할 수 있을텐데 지금은 대구 지역에 제한적으로만 적용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공공의대를 신설할 예산의 극히 일부면 활성화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실 각 지역마다 소아중환자를 돌볼 의료진은 갖춰져 있다. 이들 의료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어설프게 소아중환자 의사 한명을 키우는 것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의료분쟁 등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인데 격오지에서 의사 혼자 소아중환자를 감당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96년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마치고 2003년 소아심장 세부전문의에 이어 2008년 소아중환자 세부전문의를 취득했다. 다시 말해 소아중환자를 돌볼 의사 한명을 양성하는데 의대 6년 이후에도 13년이 더 걸린 셈이다. 또한 그는 경상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에서 교수로 성장한 전형적인 지역의사. 그럼에도 그는 지역의사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왼쪽에서 세번째. 김여향 교수. 그는 의사 한명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구축에 예산을 투입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서울, 경상도 등 지역과 무관하게 바이탈을 다루는 전문과목 가령 응급, 소아심장, 소아중환, 심장내과, 흉부외과 등 의사로 산다는 것은 사명감이 없이는 어렵다"며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희생이 있어야하는 만큼 개인의 의지가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올해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주 2회 이상 소아중환자실 야근 혹은 당직 근무를 이어가고 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시로 주말 근무가 기다리고 있다. 2017년부터 소아중환자실은 전공의 없이 전문의 인력만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늘 피로가 누적된 상태. 늘 바쁜 부모를 보고 자란 중·고생 두 자녀는 '의사'는 하고 싶지 않단다. 그는 "정부는 의사 양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세대들은 워라밸을 중시하고, 이는 의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며 "의사를 늘린다고 의료취약지에 기피과를 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2020-09-03 12:00:56병·의원
인터뷰

[이슈인터뷰]분만실 접은 원장의 하소연 "문제는 인프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취약지, 기피과 의사들에게 물었다 "의대증원·공공의대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의료취약지 및 기피과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취약지에서 기피과로 일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①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②홍천 아름다운병원 정후연 원장 "분만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2년 전 모두 정리했습니다. 환자에게도 미안하고, 의사인 저로서도 해야 할 것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네요." 강원도 홍천군에서 유일하게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했던 정후연(57, 산부인과 전문의) 아름다운병원 원장은 몇 년 전 의료기관의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분만건수에 더해 외래환자까지 줄자 경영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어 제작년부터 분만실 없이 외래 산부인과로만 운영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강원도 홍천군은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대표적인 '취약지'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정후연 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추진한다면 이 같은 의료취약지와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볼까. 전라남도 광주가 고향으로 조선의대를 나온 정후연 원장은 봉직의 시절을 거쳐 2000년 초반 강원도 홍천군에 자리를 잡아 17년 동안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에는 외래 진료로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1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 응한 정후연 원장(사진)은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방법론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가 운영한 아름다운병원에선 2013년까지 연간 120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분만실을 폐쇄할 시기인 2018년 전에는 한 달에 분만건수가 5건에 불과했다. 전문 간호사와 산부인과 전문의로 봉직의 2명을 고용하면서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했던 그로써는 도저히 감당할 수는 수준에 이른 것인데 함께 운영했던 산후조리원마저 문을 닫기로 했다. 정 원장은 "홍천을 포함해 인제, 속초까지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운영해보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는 '취약지' 분만 산부인과 지정도 타진해봤지만 이마저도 춘천과 가깝다는 이유로 점수가 미달된다더라. 이것이 분만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허탈해했다. 그는 의대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취약지에 근무하는 의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정 원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의대증원보다 분만을 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정 원장은 "의대정원을 늘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홍천이나 인제에 의사가 근무할 공공의료기관 조차 제대로 없다. 공공의료기관이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병원이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하겠다는 데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정 원장은 분만 산부인과 등 취약지 의료기관을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낮은 이해도도 문제로 지적하며, 그가 겪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지자체장이 분만실을 다시 열 수 없냐고 보건소장을 통해 의견을 전해와 의사와 간호사 인력 채용 등 운영에 필요한 지원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며 "이것이 실상이다.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의사만 늘린다고 될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방법도 틀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 원장도 의료취약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의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정 원장은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방법론을 지적했다. 온 국민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을 활용해 정책을 강행하려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 원장은 "지금 이러한 방식은 아니다.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강행하려고만 한다"며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힘든 상황을 이용하는 것만 같다. 코로나19라는 국난을 이겨내고 차분히 논의해서 결정될 문제를 밀어붙이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단은 늘려야 하는 필요성은 안다. 하지만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해외 사례 등 의사를 왜 늘려야 하는지 연구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산수하는 식으로 채워 넣겠다는식의 발상으로 하면 되겠나"라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정 원장은 분만 산부인과 운영에 끈을 아직 놓지 않았다고 말하며 기회만 된다면 다시 운영하고 싶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강원대병원 등 춘천에 있는 분만 의료기관으로 연결해주는 역할로만 머물 수 없다는 의지다. 인터뷰 말미에 정 원장은 "수가는 영원한 숙제인 것과 같은 것이라 더 말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사명감 하나로 일 한다"며 "지금은 해야 할 일을 못하는 느낌이다. 나름 수술도 잘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내 자신이 아깝고, 환자들에게 베풀어주고 싶다"고 씁쓸해했다.
2020-09-02 05:45:58병·의원

[이슈인터뷰]시골 응급실 의사의 호언장담 "강제근무는 필패"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취약지, 기피과 의사들에게 물었다 "의대증원·공공의대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의료취약지 및 기피과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취약지에서 기피과로 일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①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생명을 다루는 것에는 무시무시한 책임이 뒤따른다. 선의의 의지만으로, 봉사하는 마음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45,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호소다. 김 센터장은 31일 메디칼타임즈와 전화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 취약지 및 기피 진료과에 인력 배치를 강제하는 정책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장담했다. 전남 목포시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 의료취약 지역이면서, 필수의료 분야인 응급실에서 실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 증원을 통한 지역의사제의 실패를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의 고향은 경기도다. 경희의대를 졸업하고 인천 길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은사의 추천으로 연고도 없는 목포까지 가족과 함께 내려와 정착했다. 응급실 근무를 비롯해, 닥터헬기도 타야 하고, 입원환자 케어, 재난상황 콜도 받아야 하는 만큼 공식적으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김재혁 센터장은 "자녀 교육, 문화생활 등을 생각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 주거지를 옮기는 게 쉽지 않다"라며 "현재 의료취약지, 기피과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자발적으로 선의의 의지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는 무한한 책임이 뒤따른다"라며 "의사들이 진료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요즘 시대에 무조건 선의의 의지, 봉사하는 마음만으로는 기피과를 전공하고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병원 입장에서도 필수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를 선뜻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이야기했다. 김 센터장은 "중증 환자를 치료 못해 할 수 없이 더 큰 병원으로 전원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라며 "의료취약지역에서는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죽고 사는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전달체계가 거의 무너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동맥박리증을 예로 들었다.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 때문에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고난도의 수술로 꼽힌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목포한국병원에서는 대동맥박리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1년에 20~30명 정도 있는데 수술 의사를 채용하고 장비를 갖추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라며 "대동맥박리증은 생겼다 하면 바로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의사는 1년 내내 온콜 대기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수술이지만 의사 인건비, 관련 직원 인건비, 시설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의사 수 늘려 10년 강제 근무대신 "취약질환군 수가 개선해야"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등을 통해 의사 숫자를 늘려 10년 강제 근무를 시켜도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강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효율성과 열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공공의대를 만들어 기피과, 의료취약지에 강제로 일하도록 했을 때 환자 상태가 조금만 부담스러우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강제로 근무하는데 굳이 환자 생명을 책임지면서 최선을 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어마어마한 책임이 뒤따르는 일을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의사들은 장담하건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재혁 센터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수가'였다. 그는 "수가가 마냥 돈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대동맥박리, 지주막하출혈 등 취약질환군이나 도서산간으로 꼽히는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수가를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합리적인 어려움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젊은의사와 의대생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파업하러) 나가겠다는 전공의를 붙잡을 용기도 없다"고 표현했다. 김 센터장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자유권한이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된 것도, 목포한국병원을 선택한 것도 내 의지였다. (병원을)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요즘 전공의는 세대도 달라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데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에 고발 당하고 있는 상황에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라며 "의사이기 전에 하나의 사람인데 지금 분위기는 자유가 없어진 느낌"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2020-09-01 05:45:55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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